시래기된장국, 고등어조림, 들깨무침으로 꾸려낸 따뜻한 집밥 이야기. 소박하지만 깊은 위로를 전하는 한 끼의 정성과 일상의 온기를 담았다. . 소박하지만 깊은 위로를 전하는 한 끼의 정성과 일상의 온기를 담았다.
“아무 말 없이 국물부터 마셨던 날이 있어요”
어느 겨울날이었어요. 바람이 세게 불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괜히 외롭고. 그런 날 있잖아요. 뭘 먹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그냥 따뜻한 뭔가가 필요했던 날.
그때 생각난 게 시래기된장국이었어요. 어릴 적엔 그냥 밍밍하고 별 맛 없는 국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나이 들면서 그 진한 구수함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알겠더라고요.
묵은 배추 줄기, 잘 씻어서 푹 끓이면 국물이 뽀얘지면서 향이 올라와요. 거기에 된장 한 숟가락 넣고 마늘, 두부, 대파 툭툭 썰어 넣어요. 아주 정성스럽진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오래 푹 끓이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 국물 한 모금 마시면, 속이 먼저 알아서 풀려요.
특히 아침에 이 국이 있으면, 밥을 꼭 먹게 돼요. 자극적이지 않지만 은근히 입맛을 당기고, 한 숟가락 뜰 때마다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고등어조림은 밥보다 먼저 젓가락이 가는 반찬이에요
된장국만으로는 살짝 아쉬울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고등어조림이 딱이죠. 예전엔 생선이 번거롭고 냄새나서 잘 안 해먹었는데, 한 번 제대로 해보니까 왜 ‘밥도둑’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고등어는 제철일 때 사서 조림용 무를 넉넉하게 깔고, 양념장 만들어서 자작하게 끓여줘요. 중불에 천천히. 간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 조금. 무는 국물 흡수하면서 말랑말랑해지고, 고등어는 살이 탱글해져요.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 때쯤이면, 집안 가득 생선 냄새가 퍼지는데 그게 또 은근히 마음을 녹여요.
생선 싫어하던 가족도 이건 잘 먹어요. 특히 밥 위에 무 하나, 고등어 살 조금 얹어서 같이 먹으면 그냥 입 안에서 녹아버려요. 된장국이 부드럽게 감싸주니까 조화도 좋아요.
들깨무침은 고소함으로 식탁의 중심을 잡아줘요
들깨무침은 조금은 잊혀진 반찬 같아요.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엔 먹어본 적도 없는 경우도 많고요. 근데 한 번 제대로 맛 보면, 그 고소함에 반하게 돼요.
보통 시래기나 유채잎, 고사리 같은 나물을 데쳐서 들기름에 살살 무쳐요. 그리고 마지막에 들깨가루 듬뿍. 그냥 한 숟갈이 아니라 푸짐하게.
그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면, 된장국과 고등어조림 사이에서 기름진 것도 아니고, 심심한 것도 아닌 딱 그 균형을 잡아주는 맛이에요.
무엇보다 이 반찬은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더 들어요. 처음엔 "좀 밍밍한가?" 싶어도, 나중엔 자꾸 젓가락이 가요. 그리고 이 들깨가루가 또 몸에 참 좋아요. 칼슘도 많고, 뇌 건강에도 좋대요. 진짜 어른이 되니까 이런 정보가 더 귀하게 느껴져요.
“화려하지 않아도 완벽한 한 상”
이 세 가지, 시래기된장국 + 고등어조림 + 들깨무침. 따로 보면 다들 평범한 음식이에요. 근데 같이 놓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소화 잘 되는 국, 짭조름한 반찬, 고소한 무침. 밥 한 그릇 뚝딱이에요.
요즘은 다들 바쁘고, 외식도 많고, 냉동식품도 잘 나오지만… 가끔은 이런 진짜 밥상이 생각나잖아요. 나를 위한,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밥상. 음식 하나하나가 몸에 부담을 주지 않고, 먹을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
그게 저는 이 궁합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영양에 좋아서’ 먹는 조합이 아니라, 식탁 앞에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 그게 진짜 건강이고, 일상의 쉼표 같아요.